[이상은 칼럼] 플랫폼 기업들과 데이터 생산자들, 그리고 사회적 책임
2023-10-02

디지털 플랫폼 데이터 주인은 소비자...소비자에게 실질적 혜택 돌아가야

이상은 시더스그룹 회장지난주 치과병원에 다녀오다 배가 고파 편의점에 들렀다. 식사 시간을 놓쳐 요기라도 하려던 참이었다. 음료수 진열대에 ‘1+1’, ‘2+1’, ‘무료 증정’과 같은 문구들이 보였다. 하나만 살까, 하나를 더 사서 하나를 더 챙길까, 두 개를 사서 하나를 더 받을까 고민했다. ‘공짜효과(Zero Price Effect) 마케팅’을 펼치는 기업들이 있다. 공짜 심리는 돈이나 힘을 들이지 않고 물건 등을 거저 얻는 일을 좋아하거나 원하는 마음을 말한다. 인간관계에서 공짜가 없듯이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서로 상대에게 반대급부를 기대하고 요구하는 심리가 담겨 있다.예컨대, 아마존 같은 온라인 구매 사이트 역시 조건에 따른 무료배송 서비스를 마케팅 전략으로 사용한다. 일정 구매액이 넘으면 배송비를 공짜로 하면서 소비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쇼핑 행동을 합리화하게 만든다.

IT 공룡들의 '공짜 데이터' 비판

뉴욕타임즈 “공짜 데이터로 돈 버는 IT 공룡들”뉴욕타임즈(NYT, 2019년 7월 26자)는 공짜 심리 마케팅으로 확보한 ‘공짜 데이터’로 IT 공룡들만 돈 버는 현실을 질타한 적이 있다. IT 기업들이 개인 정보를 공짜로 받아 수익을 올리는 방식을 아래와 같이 지적했다.“IT 공룡들은 소비자들이 대가없이 제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다. 이것은 자동차 제조사 GM이 차체 재료의 값을 지불하지 않은 꼴이다. IT 공룡들은 소비자들에게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그들의 데이터를 수집한다. 소비자들은 인터넷 검색이나 ‘좋아요’ 누르기, 소셜미디어에 올린 포스트, 온라인 상점 구매 등의 서비스를 활용하는데 이러한 데이터들은 기업들의 마케팅 도구가 된다.”뉴욕타임즈는 ‘데이터 주권’을 찾으려는 움직임도 소개했다. 공짜 데이터로 IT 기업들만 부를 누리게 하는 현재의 데이터 거래법을 바꾸자는 여론을 조명했다. 중도 진보에서 자유 시장을 옹호하는 보수까지, 직업군과 이념을 가리지 않고 이에 공감했다고 전했다.소비자들이 생산하는 디지털 플랫폼 핵심 데이터‘디지털 플랫폼’은 ‘데이터’가 만든다. ‘데이터’는 ‘디지털 플랫폼’의 핵심 자산으로 소비자가 만든다. 결국 소비자가 ‘플랫폼’을 만드는 셈이다. 데이터의 생산주체가 바로 소비자란 뜻이다. 데이터는 나이, 성별 등 인적사항 같은 개인정보부터 정치성향, 의료정보, 관심사, 욕망 등 민감한 정보를 망라한다. 따라서 개인 데이터값을 데이터 생산자인 소비자들에게 돌려주는 게 옳다.하지만 소비자들은 데이터 및 플랫폼에 관한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 소비자들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거의 없다. 데이터를 만드는 주체이면서도 데이터와 플랫폼으로 올린 수익은 기업들에게만 돌아간다.

‘데이터 주권의식’ 유럽에서 시작…국내선 미미사진=픽사베이‘데이터 주권의식’은 유럽에서 시작되었다. EU 회원국과 소비자의 ‘데이터 주권’ 보호를 위해 EU의 GDPR(일반개인정보보호법)에 관련 제도 도입을 명문화하였다. ▲데이터 이동권, ▲잊힐 권리, ▲프로파일링 기반으로 자동화된 의사결정의 대상이 되지 않을 권리 등이 그 내용이다.국내에선 이런 움직임이 아직은 미미하다. 제20대 대통령선거 때 일부 후보가 관심을 기울였다. 개인 데이터를 이용한 사업을 할 때 동의를 받아야 하고, 수익도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기본소득당의 오준호 후보는 “모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작년에만 1,400조 원을 벌었지만, 데이터 주인인 국민은 한 푼도 벌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에게 아무 보상도 없이 공짜 빅데이터로 플랫폼 대기업만 배불리는 데이터 경제는 공정하지도 지속가능하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소비자가 생산하는 디지털 플랫폼 핵심 데이터

한마디로, 기본소득 데이터세를 도입하자는 주장이다. 플랫폼 대기업이 데이터를 쓴 만큼 세금을 내고, 이것을 국민에게 동등하게 나누어 데이터 주권 원칙을 확립하자는 것이다. 그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게도 제대로 세금을 매기면 국내 기업과 공정하게 경쟁하는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수익의 20%든 30%든 소비자 환급해야오준호 후보의 기본소득 데이터세 제안은 의미 있다고 본다. 그런데 더 중요한 건 대형 플랫폼 기업들의 성의다. 예컨대, 플랫폼 기업들은 수익의 20%든 30%든 객관적인 기준을 정해 소비자들에게 되돌려 주면 어떨까. 어느 기업이든지 감당할 수 있는 기준선이 있을 것이다.가령, 이윤을 100%라고 했을 때 10%만 기업이 갖고 90%는 돌려주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면 좋겠다.

플랫폼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복리후생에 보탬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뜻이다.지배구조도 소비자들에게 좀 더 많은 잉여가치를 제공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다. 인공지능으로 빅데이타를 분석하면 데이터 생산자들에게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다.특히 플랫폼에서라도 현금 대신 암호화폐로 지급하면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을 더 크게 할 수 있다. 암호화폐는 디지털 환경에서 거래되는 명목 화폐로 기업들도 부담을 덜 수 있다.

기부를 하면서도 화폐 가치가 올라가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경제에서 그 가치가 얼마나 많이 폭발할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현금 대신 암호화폐로 지급하면 가치 상승제도 정비는 그 다음에 해도 된다. 데이터를 소비자들의 공유자산으로 보고, 소비자들에게 이익을 돌려줄 수 있도록 법을 만들면 된다. 마침 새 정부에서는 디지털 자산을 적극 활용하는 정책을 펴겠다고 했다.첫 번째는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제정해 디지털 자산 거래와 관련한 투자자 보호와 산업 활성화, 과세 체계의 구축을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국내 코인 발행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플랫폼 기업들이 암호화폐 등을 활용하여 얼마든지 소비자들에게 환급할 수 있다.

기업들이 ‘공짜’ 마케팅을 내세운다면 소비자들도 ‘중심’을 지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공짜는 소비자를 현혹하기 위한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걸 알고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오늘도 나는 편의점에 갈지도 모른다. ‘1+1’, ‘2+1’, ‘무료 증정’ 중 어느 것을 고를지 고민하다 보면 피싯 웃을 것 같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출처 :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http://www.interview365.com/news/articleView.html?idxno=101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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