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은 칼럼] 아내의 앵클부츠와 '데이터 주권' 찾기
2023-10-02

마이데이터 시대, 데이터 주권에 관심 가져야

이상은 시더스그룹 회장“쇼핑 취향을 귀신 같이 파악해 놓았네요.”며칠 전 나의 아내가 색다른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평소처럼 즐겨 찾는 사이트에서 상품들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접속만 하면 취향에 맞는 상품 정보들이 우선적으로 화면에 떠올랐단다.

“검정색 앵클부츠를 여러 차례 살펴 보았는데 그 뒤로 그런 종류의 상품들이 자꾸 뜨는 거에요. 처음엔 우연이라고 생각했어요. 알고 보니 인공지능(AI) 분석 시스템이 제가 좋아하는 걸 미리 분석해 놓았던 겁니다. 데이터가 마케팅에 활용되고 돈으로 연결된다는 걸 실감했어요.”

며칠 전 은행에 갔을 때의 일이다. 창구 앞에 카달로그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그 중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관한 것도 있었다. 4쪽에 걸쳐 마이데이터를 사용할 때의 잇점, 주요 서비스, 가입 절차 등을 소개해 놓았다.

요즘 어느 은행을 가든지 마이데이터 관련 안내지가 놓여 있다. 지난 1월 데이터3법(개인정보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나타난 풍경이다. 바야흐로 마이데이터 산업으로 2022년부터는 일상생활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

마이데이터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다. 개인의 동의를 받아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한 데 모아서 한번에 확인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데이터의 주인은 바로 개인이므로 ‘데이터 주권’을 소비자가 행사할 수 있게 한 게 바로 마이데이터다. 예컨대, 개인이 각 기관과 기업에 신용정보를 제공하도록 동의하면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이를 활용해 금융 상품을 제공할 수 있다.

소비자 ‘데이터 주권’ 위한 ‘마이데이터’

디지털 플랫폼 회사 일부는 개인 데이터에서 막대한 수익을 확보하기도 한다. 영업이익의 80%~90%를 광고 수입에서 확보하는 기업들도 있다. 이들 기업들의 경쟁력은, 이용자들이 검색도 하고 소비도 하면서 나온 개인 데이터를 활용하면서 창출된 것이다.

그 과정은 이렇다. ①플랫폼 회사들이 개인 데이터들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한 뒤 대상으로 삼은 소비자들을 광고주들에게 공유한다. ②광고주들은 소비자들 기호에 맞춰 마케팅을 한다. ③플랫폼 회사들은 광고주들로부터 광고비를 받는다.

바꿔 말하면, 플랫폼 기업들은 인공지능 분석 시스템을 활용해 소비자들의 행동 데이터를 폭넓게 수집한다. 인공지능이 소비자들의 행동 편향을 찾아내 마케팅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말이다.IT 기업 전유물된 소비자 개인 데이터하지만 지금껏 소비자들에게 돌아오는 이익은 크게 없었다. 소비자들은 개인별로 데이터값을 지불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민등록번호와 휴대전화번호, 은행계좌, 주소, 성별, 연령 등 개인 데이터들을 제공했지만 마케팅 도구로 활용되었을 뿐이다.

IT 기업들의 전유물이 된 개인 데이터를 최소한이나마 보호하려고 나온 게 바로 마이데이터다. 나의 데이터로 기업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내버려 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서 ‘개인 데이터를 지켜주겠다’, ‘다른 곳에 팔지 못하도록 지켜주겠다’ 하는 사업이다. 물론 마이데이터가 얼마나 큰 효과를 낼지 장담할 순 없다.올해 성탄절엔 아내에게 검정색 앵클부츠나 선물해야겠다. 인공지능시대에 ‘데이터 주권’의 중요성을 인식시켜 주었으니까.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출처 :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http://www.interview365.com/news/articleView.html?idxno=10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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